(TGN 대전) “긴장도 되고, 새롭기도 하고...아니, 긴장이 더 되는 것 같아요(웃음).” 김도훈(19, 전주시민축구단)에게 2020년 10월 13일은 평생 잊지 못할 하루가 됐다.
김정수 감독이 이끄는 남자 U-19 대표팀은 13일부터 17일까지 파주 NFC에서 5차 국내훈련을 진행한다. 24명이 소집된 이번 U-19 대표팀은 지난해 10월 브라질에서 열린 2019 FIFA U-17 월드컵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지만, 이와 별개로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김도훈이다.
울산현대고 출신으로 현재 K3리그 전주시민축구단에서 뛰고 있는 김도훈은 이번 김정수호의 5차 국내훈련 소집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K3리그 소속 선수로는 최초의 대표팀 소집이다. 프로 유스팀과 학원팀이 대부분인 대표팀 명단에서 현직 K3리거인 김도훈의 존재감은 특별했다. ‘KFA 홈페이지’가 소집 첫 날 김도훈을 만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김도훈은 소집 전 날인 12일 파주 NFC와 가까운 경기도 고양시의 한 호텔에서 숙박했다. 13일 U-19 대표팀의 소집 시간은 오후 3시였지만, 그는 오후 2시도 채 안 된 시간에 파주 NFC에 도착했다. 정문을 통과해 본관에 들어오면서 김도훈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매니저로부터 개인 장비를 전달 받고, 인터뷰를 위해 대표팀 홈 유니폼을 갈아입으면서 비로소 김도훈은 파주 NFC에 입성했음을 실감했다.
“긴장도 되고, 새로운 기분이 들기도 하네요. 아니, 그런데 긴장이 더 많이 되는 것 같아요(웃음). 뭐라 설명하기 힘든데 아무튼 긴장하고 들어왔어요. 파주 NFC를 직접 보니 시설도 너무 좋고 깨끗한 것 같아요. 최대한 오래 있고 싶어요. 대표팀 유니폼도 처음 입어봤는데 기분도 좋고 책임감도 생기네요. 날개를 단 것 같은 기분입니다.”
김도훈이 입소할 당시 때맞춰 파주 NFC에 입소하던 김정수 감독은 인터뷰를 준비 중인 김도훈을 바라보면서 농담 섞인 말투로 “촌놈이니 메이크업 좀 제대로 시켜주세요!”라고 말했다. 김정수 감독과 김도훈이 정식으로 처음 만난 순간이었는데, 굉장히 유쾌했다.
“(김정수) 감독님 첫 인상이요? 굉장히 선해보이세요. 유쾌하실 것 같아요.” 하지만 김정수 감독은 특유의 유쾌함과는 달리 훈련을 굉장히 타이트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처음 듣는 얘기네요(웃음). 그래도 괜찮아요. 저도 현대고 시절에 굉장히 힘들게 훈련을 했거든요. 훈련 강도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자신 있습니다.”
김도훈은 울산현대고를 졸업하고 올해부터 전주시민축구단에서 뛰고 있다. 같은 울산현대고 동기인 민지홍, 윤경원과 함께 낯선 동네인 전주에서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다. 김도훈에게 있어 K3리그는 기회의 무대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울산현대고와 같은 프로 유스팀을 나와 프로에 올라가도 경기에 못 뛰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인데, 김도훈은 K3리그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는 양영철 감독의 신임을 받아 팀의 K3리그 경기에 꾸준히 출전했고 이를 눈여겨 본 김정수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처음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때 ‘기회다!’라고 생각했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한 건 물론이고요. K3리그 선수로서는 최초로 연령별 대표팀에 발탁된 거라 소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부담스럽지만 신경 쓰지 않고 운동에만 집중하려 합니다.”
K3리그를 대표해 연령별 대표팀에 가게 된 김도훈을 향한 주변의 격려는 따뜻했다. “(양영철) 감독님이나 팀의 형들, 동료들이 서로 응원해줬어요. 가서 잘하고, 다치지 말고 돌아오라고요. 응원을 정말 많이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와 함께 있는 울산현대고 출신 두 친구(민지홍, 윤경원)도 표현은 안 했지만 옆에서 응원을 많이 해줬어요.”
김도훈의 장점은 빠른 스피드, 그리고 양발의 자유로운 사용과 날카로운 킥력이다. 실제로 지난 5월 K3리그 2라운드 당시 김정수 감독이 전주시민축구단과 김해시청축구단의 경기를 보러 현장을 직접 방문했을 때 김도훈은 특유의 장점을 내세워 김정수 감독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소집훈련에서도 김도훈은 자신의 장점을 끊임없이 어필한다는 각오다. “김정수 감독님이 소속팀 경기를 보러 오셨을 때 긴장도 되고 많이 떨리더라고요. 그저 대표팀에 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죠. 경기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보여주자고 생각했어요. 이번 소집훈련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후회가 남지 않게요.”
지금은 K3리그에 완벽히 녹아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대표팀까지 갔지만, 김도훈이 처음부터 K3리그에 무난히 적응했던 건 아니었다. 성인 리그인 K3리그는 과거와 달리 수준급의 선수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리그의 질이 향상됐다. 어린 김도훈으로서는 빠르고 힘 센 성인 축구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부터 리그에 적응했던 건 아니었어요. 형들이 힘도 세고 생각하는 플레이를 많이 해서 저도 더 노력해야 했어요. 다행히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템포를 익힌 것 같아요. 경기를 많이 뛸 수 있었던 게 행운입니다.”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지만 K3리그는 김도훈에게 분명 성장의 발판이 됐다. “경기장에 들어가면 압박도 좋고 힘도 강하고 스피드도 빠르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경기에 투입되기 전에는 미리 준비해야할 게 많죠. 단순히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압박 속도가 빨라서 볼이 저한테 오기 전에 제가 뭘 해야 할지 빨리 생각해야 하죠. 매번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전주시민축구단의 팀 연령대가 전체적으로 젊다는 것도 김도훈에겐 플러스 요소가 됐다. “저희 팀이 연령대가 낮아요. 젊은 선수들이 정말 많거든요. (양영철) 감독님도 출전 기회를 많이 주시는 편이라 젊은 선수들이 자기 기량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요.”
김도훈은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오가며 활약 중인 이동경(울산현대)을 보며 꿈을 키운다. 언젠가는 K3리그 출신으로 국가대표팀까지 올라가 이동경처럼 짜임새 있는 플레이를 펼치고 싶다. “저한테는 이동경 선수가 롤모델입니다. 젊은 선수이지만 경기장에 들어가면 노련하고, 볼을 예쁘게 차시잖아요. 그런 모습이 정말 멋있고 닮고 싶어요.”
‘포스트 이동경’이 되기 위해 파주 NFC에 입성한 만큼 김도훈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훈련에 임하겠다는 각오다.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K3리그를 대표한다는 생각은 굳건하다. “내년 U-19 챔피언십이 열리기 전까지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잘할 수 있는 걸 보여줘서 꼭 U-19 챔피언십에 나가고 싶습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을지는 모르겠지만 K3리그에서 처음으로 연령별 대표 선수가 됐으니 저도 이번 소집훈련을 통해 K3리그라는 무대를 많이 알리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K3리그의 김도훈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코로나19 상황이 괜찮아지면) K3리그 경기장도 많이 찾아와주셨으면 합니다.”
[뉴스출처 : KFA]